사후에 가는 곳
필자 개인적으로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사후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만약 필자 자신이 죽고 난 뒤 가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하는 상상을 해본 것이다. 호텔 델루나 드라마는 바로 그 점을 소재로 한 홍자매 작가님의 작품이다. 필자는 이 작품을 통해 호텔 델루나를 소개하고 싶다. 만약 우리가 죽은 후 갈 수 있는 호텔이 있다면 어떨 것 같은가? 그리고 그 호텔에서 이승에서 하지 못했던, 한이 남았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은가?
망자가 가는 호텔 델루나란?
누구나 궁금했을 내용이지 않은가? 도대체 호텔 델루나가 무엇이길래 장만월은 구찬성을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걸까? 그리고 장만월은 어떤 존재인 걸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구찬성은 장만월 사장에게 묻는다. 대체 그곳은 어떤 곳인지 말이다. 그러자 장만월은 장난기 넘치던 모습 없이 대답해 준다.
장만월 사장 : "아쉬움이 가득한 채로 문 닫은 사람들을 달래는 일. 인간의 시간이 끝나는 일. 죽음. 대부분은 인간의 시간이 끝나면 삼도천 위에 놓인 유도교를 건너 다른 세상으로 떠나. 하지만 가끔 그 길을 놓치고 못 가는 자들도 있어. 너도 봤잖아. 이 세상에서의 시간이 끝났는데도 미련하게 남아서 서성대는 것들. 내 호텔의 손님들은 그렇게 저세상 가는 길을 잃어버린 망자들이야."
정말 이 넓은 세상에 우리 인간만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어떤 이는 망자가 존재한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말한다. 모두의 의견을 존중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 순간만큼은 존재한다 생각하려고 한다. 또는 이 작품을 시청하는 순간만큼은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후회를 하고 산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 때 늦은 후회를 한다. 다음엔 절대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저지르게 되는 실수로 인한 후회도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해 평생을 후회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또는 현재의 삶을 소홀히 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만 누릴 수 있는 행복 같은 것 말이다. 지금 당장은 행복하지 않지만, 미래엔 행복할 거란 희망, 지금의 고생이 나중에 더 큰 행복으로 돌아올 것이란 생각 같은 것. 하지만 만약 사고로 죽게 된다면 어떨 것 같은가?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한 사람은, 평생 행복을 누려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한 많은 망자가 되고 말 것이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라 강요한다. 그래야 미래에 안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행복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노후에 극악한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들로 겁을 주기도 한다. 필자도 이 말에 전부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절대 사고를 당하지 않고, 질병에 걸리지 않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평생을 산다는 보장이 있을 때만 통용되는 생각이다. 그런 말들을 해준 사람들은 단지 나이가 더 많아서 그런 말들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우리가 얼마나 살지부터 알 수 없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장담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현재를 포기하고 미래를 살다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이승에서의 노력들이 얼마나 허망하겠는가? 행복을 포기하고 했던 노력들이 얼마나 아까울까? 또는 이제 막 노력의 결실을 보려고 하는 순간에 죽었다면? 어마어마한 한이 남을 것이다.
이 작품에선 말하는 호텔 델루나의 존재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도저히 억울해서 떠나지 못하는 망자, 너무도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망자, 평생을 꿈꾸며 누려보고 싶었던 삶을 누려볼 기회가 있는 곳, 바로 그곳이 호텔 델루나다. 호텔 델루나 존재의 가치다.
필자는 늘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편이다. 물론, 많은 순간 현재의 행복을 포기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 그렇기에 필자는 사후에 반드시 호텔 델루나가 있기는 바란다. 실존하기를 바란다. 만약 필자가 죽는다면 절대 바로 유도교를 건널 생각이 없다. 호텔 델루나를 꼭 거쳐서 저승으로 갈 것이다.
호텔 델루나를 꼭 가야하는 이유
망자들이 가면 좋은 곳이라고 하는데, 무엇을 하기에 간다고 하는 걸까? 왜 필자는 꼭 가고 싶다고 말하는지 말이다.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보려고 한다.
최서희 객실장 : "손님, 룸서비스입니다. 이승에서 못 드신 거 다 드시고 가십시오. 음식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따듯해지실 때까지 계속 장작을 지펴 드리겠습니다."
"마음껏 공부하십시오. 보고 싶으신 책은 얼마든지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살아 생전에 하지 못했던 일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회를 살다 보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사람마다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다. 어떤 이에겐 너무도 쉬운 일도, 누군가에겐 평생을 열심히 살아도 누리지 못하는 삶이 있다. 어떻게 보면 슬픈 일이란 생각도 든다. 그것이 너무도 가지고 싶었던 물건일 수도 있고, 너무도 먹고 싶었던 음식이 될 수도 있다. 또는 평생 하고 싶었던 분야의 공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를 포함해서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들도 한 번쯤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지금 내가 반드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꼭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데 무엇인가? 꼭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는데 어디인가? 꼭 이루고 싶었던 꿈이 있는데 한 번쯤 그 삶을 즐겨보고 싶지 않은가?
호텔 델루나는 그런 곳이다. 우리가 살아 생전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소하는 곳, 이승을 떠나도 아쉬움 하나 남기지 않을 수 있도록, 한이 남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필자도 늘 생각해 본다. 만약 지금 당장 내가 죽는다면, 어떤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을까? 또는 한으로 남을까? 하고 말이다. 누군가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할 시간에 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어떻게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한으로 남는 것이 복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만월 사장은 이마저도 해결해 준다. 당연히 목숨을 해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높은 곳에서 큰 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평생 큰 고통을 줄 수는 있다. 위에 이미지처럼 원념의 총알을 발사하여 평생 살인자에게 귀신이 보이도록 말이다. 살해를 당한 망자는 자신을 죽인 살인마를 죽을 때까지 쫓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장만월 : 델루나는 사람이 아닌, 사람이었던 자들이 사람이었을 때 다 풀지 못한 것들을 풀며 쉬어 가는 곳이야. 요즘 식으로 힐링이라고 하는 거지. 인간만 그거 하는 거 아니야. 귀신도 그거 하고 가야 곱게 떠날 수 있어.
장만월은 사실 자낳괴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란 뜻이다. 망자들이 장만월 사장을 찾아 복수를 원한다 할 때가 있다. 처음엔 그렇게 하면 나중에 개, 돼지로 태어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망자는 장만월에게 돈을 건넨다. 이승에서 사용하는 돈을 말이다. 노잣돈과 비슷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 돈을 받은 장만월은 망자의 의뢰를 수행한다. 의뢰를 받은 장만월은 원념의 총알을 복수할 대상에게 발사한다. 망자는 사실 살해를 당했고 총알에 맞은 사람은 살해 용의자였다. 하지만 장만월이 쏜 총은 목숨을 해치는 총알이 아니었다. 원념의 총알이 가슴에 박힌 용의자는 앞으로 평생, 죽을 때까지 자신이 살해한 망자를 봐야 한다. 망자는 크게 무엇을 하지 않아도 용의자는 저절로 말라죽어가게 된다.
장만월 : 우리 호텔로 데리고 와, 며칠 묵다가 저승 버스 태워서 보내면 돼. 뭐, 잘 살았으면 리무진 타고 가는 거고.
꽁꽁 얼어 죽었던 망자가 호텔 델루나에서 몸을 녹이고 한도, 후회도 없이 천국 리무진을 타고 천국으로 향하고 있다. 아마 장만월 사장이 말한 것처럼 이승에서 아주 잘 살았기 때문에 천국 리무진이 그에게 도착한 것 같다.
마무리하며
솔직하게 말하면, 필자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이승에서 굳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미래에 내가 굶어 죽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고 또 도전하려는 사람이다. 필자는 늘 생각한다. 죽음에 대해서 말이다. 남들은 부정적인 사람이라 손가락질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필자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생이란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법의학자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해보고자 한다.
법의학자님 : "어떻게 보면 삶이 정상 같지만, 저는 죽음을 너무 많이 보니까 살아있는 게 비정상인 거예요. 왜 우리가 살 수 있을까? 그 많은 사고, 그 많은 힘듦, 그 많은 어려움, 그 많은 위험이 깔려있는데 어떻게 우리는 살아 있을까? 삶이 오히려 신기한 것 아닌가.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살아있는 걸 너무 당연시하지 말아야 해요. 우리는 안전하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어요. 죽음을 허투루 보내선 안 됩니다. 죽음에서 분명히 교훈이 있습니다."
필자 또한 법의학자님이 하신 말씀대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늘 필자는, 언제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는데 순서있지만, 가는데 순서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사람의 죽음은 예측 불가다. 사실 세상을 사는 것 자체가 그렇다. 아무리 조심해도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죽음을 막을 수 없고, 매 순간 행복하기 위해 살아도 현실의 벽이 너무도 견고하고 높아서 불행할 때도 많다.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소중히 생각해야 하며, 현재 더더욱 행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필자의 미래도, 어쩌면 당신의 미래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괜히 호텔 델루나를 보고 죽어서 행복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살아있는 이 순간을 소중히, 남들이 억지로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열심히 살다가 단번에 천국행 리무진을 타고 떠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장만월 사장님이 계신 곳이라면, 가고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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